그대는 나에게 '나를 이용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라고 하셨네요.

 

그대와 이야기를 끝내고 생각하니, 저 역시 미안해요.

아니, 아니지. 저야말로 미안해요.

 

그대와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어느 틈에 이런 생각을 하는 날 발견했네요.

'이 기회에 그대의 마음 한쪽에 내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래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어요.

기회...라고.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해버렸어요.

그대의 아픔을 기회라고, 그대가 이렇게 슬픈데 그걸 기회라고 생각해버렸어요.

 

정말 정말 미안해요.

너무나도 미안해요.

 

그대는 그대가 못된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야말로 못된 사람이었어요.

그대의 아픔을, 그대의 슬픔마저 이용하는 나였어요.

 

그게 다 그대를 사랑해서, 이렇게라도 표현하려 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핑계를 대지만, 정말 미안해요.

 

어쩌자고 자꾸만 그대에게 죄를 짓는 걸까요?

그 모든 죄를 갚을 날이 오긴 올까요?

 

미안해요, 내 사랑.

사랑해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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