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사람이 그대가 됐든, 내가 됐든
집에서 봐~
라고 문자를 보내는 그 날을 기다려요.
보내는 사람이 그대가 됐든, 내가 됐든
집에서 봐~
라고 문자를 보내는 그 날을 기다려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그대와 나란히 누워 빗방울이 튕기는 소리를 듣고 싶네요.
그 소리를 들으며, 그대와 호흡을 나란히 하고 싶어요.
그대를 품에 안고 그대를 끌어당겨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죠.
평온하게 뛰는 그 심장 소리.
그리고, 그대와 있기에 내 심장이 이토록 평온하다고.
그대가 느끼는 내 포근함은 바로, 그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해가 떠서 지고, 달이 떠서 질 때 그리움이 하나씩 쌓여간다.
그리움이 쌓일 때마다 그대 이름을 한 번씩 새겨본다.
그대 이름 내 가슴에 다 새겨지면 다시 하늘을 본다.
하늘엔 해가 뜨고, 또 지고...
이윽고 달이 뜨고, 별이 뜰 때면
그대 이름 새겨진 내 가슴속에 뿌리가 자란다.
또 해가 뜨고...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면 그 뿌리가 어느새 가시 덩굴처럼 자라
다시 내 가슴을 휘감는다.
내 가슴을 휘감아버린 그대라는 이름의 그 덩굴이
어느새 내 모든 것을 묶어버렸네.
내 가슴이 한 번씩 뛸 때마다 점점 뿌리가 박히는 그 이름.
숨을 멈추면 벗어날까?
심장이 뛰는 이상 그럴 일은 없겠지.
버리려 해도, 벗어나려 해도 어느새 하나가 되어버린 그대 이름.
그대 이름이라는 그림자, 뿌리.
내 가슴에 박힌 그대 이름.
서글픈 바람에 나오는 마른기침.
그럴 때마다 더욱 거세게 조여 오는 그대 이름.
심장에 새겨진 그 이름.
언젠가 내 심장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대 이름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으리라.
그런 날이 온다면.
그대가 날 찾아오는 그런 날이 온다면...
찾아온다는 믿음,
어차피 나 혼자만의 것인 것을.
그렇게 구차하게 믿으며 오늘도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또 달이 뜨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네.
왜 이런 나이가 되면 사랑을 쉽게 못 할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쉽게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말을 하면 책임져야 할 나이라서 그럴까?
아니, 그보다는 조건이 걸리기 때문이리라.
점점 나의 조건과 상대의 조건을 따지면서,
내가 기운다 생각들면 거부당할까 두렵고,
상대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 사람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니까.
애초에,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얻으려 사랑을 하기에...
그 욕심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또 커졌으니,
이젠 쉽게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한다.
그가 가진 것보다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데도,
스스로가 그 사랑을 보는 게 아닌,
그 사람이 가진 것의 크기, 그 사람이 가진 것이 나에게 이로운지 그것부터 따지게 된다.
아니, 그걸 따진다고 생각한다.
흐르는 세월에 떠다니면서 그렇게 길들여졌기에.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도 말이지.
그냥 쉽게 전화를 걸어,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못 하는 이유.
내가 가진 것이 적다는 생각 때문에.
그 사람은 내가 가진 것만을 볼 거라는 위험한 생각 때문에.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려,
더 많은 것을 모으고, 또 모으면서 이윽고 시간이 더 지나면,
그만큼 높아진 욕심과 내가 가진 것의 초라함에 또 이야기를 못 한다.
또는, 운 좋게 많은 것을 모았더니 이미 그 사랑은 식어버린다.
그 사람이 나에게 부족해보이거든.
그냥 어린아이처럼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귀자'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걸까?
그 시절, 그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 아이 역시 나인데, 나였는데...
그래, 사람 마음을 어찌 뜻대로 바꿀 수 있으랴.
내 마음조차 못 바꾸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내가 그대를 바라는 것처럼, 그대는 나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을 뿐.
만약, 그대의 마음이 바뀐다면 그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마음도 나를 원하게 된 것일 뿐이니.
추억.
그대는 이미 잊은, 혹은 추억이라는 단어로도 떠올리지 않을 기억이겠지만
나는 그 추억으로 기다리면 되겠지.
망상.
그 언젠가 찾아올 그 순간을 기대하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을,
그대는 알지 못하겠지. 그대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망상을.
그리고 기도.
그대의 마음이... 모두 내 가슴으로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오늘이,
그리고 그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기를.
이 순간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그대, 그대는 나의 옛 모습을 조금이라도 기억하는가?
어제 모처럼 그대가 나오는 꿈을 꿨네요.
파란 파도가 몰려와 바위에 부딪쳐 하얀빛을 발하며 사라지는 물보라.
그 광경이 있는 무인도에 그대와 내가 나란히 누워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황홀하게 반짝이는 별에 그대의 이름을 붙여주고 있었죠.
그리곤 차가운 칵테일 한 잔을 들고, 칵테일에 비친 달과 그대의 눈에 비친 달을 바라보죠.
하늘엔 은은한 달, 그대의 눈에 비친 따스한 달.
그 달 아래, 그 파도가 부서지는 그 바위가 있는 곳,
파도가 부서지며 아름다운 물보라를 내는 곳,
그리고 파도가 부서지는 그 소리가 있는 곳.
그 무인도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겠어요.
언젠가 세상 혼자라고 느끼며 돌아갈 곳이 없어진,
혹은 누군가에 기대고 싶어진 외로움을 느낄 그대가 올 날을 기다리며.
파란 우체통을 본 적이 있었지.
그것은 파란 우체통.
좀 신기할 뿐, 그냥 우체통이었어.
그 우체통이 나에게 편지를 내밀었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편지를 거절했던 이유는.
파란 우체통이지만, 결국은 빨간색이 될 거라고 여겼었나?
시간이 지나고 지나면 결국은 똑같은 색깔의 우체통이 될 거라 생각했었어.
그땐 그렇게 생각했었어.
생각 속에서의 시간이 아닌, 진짜로 시간이 지났어.
그것은 여전히 파란색, 여전히 파란 우체통이었어.
다른 누군가에게 편지를 내밀었고,
잠시 빨간 우체통이 되었었던 그 우체통은 다시 파란색으로 내 마음에 들어왔어.
하지만, 그 우체통은 나에게는 이제 편지를 내밀지 않아.
내가 가진 건 그저 유효 기간이 다 지난 우표, 그리고 바래진 편지 봉투뿐.
이젠 편지지도 없다고 했어.
추억, 기억, 애절함이라는 이름의 그 편지지.
어느새 그 우체통은 내 편지를 모두 가져갔지.
밖에선 열지 못하고, 안에서만 열 수 있는 파란 우체통.
그리움을 보내는 주인은 열지 못하고, 그리움을 받아줄 그대는 받지 않는 우체통
하다못해 그 편지지를 다시 꺼낼 방법이라도 있다면...
내가 그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그대를 생각하며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그대가 알면 좋을까? 모르는 게 나을까?
아직은 모르는 게 좋겠다.
참고 인내하며 그대를 그리워하는... 그러다 언젠가 그대가 알아주며 내 품에 안기길 바라는...
내가 그런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남자라서가 아니라,
지금 그대와 나의 거리는 내 마음을 아는 순간,
그대가 부담되어 더 멀어질까... 그게 걱정되는 거리니까.
딱 그 정도 거리니까.
아니, 그조차도 나만의 헛된 기대인지도 모르지.
아무튼 지금은 그대가 알면 안 되는 시간,
그대를 향한 애타는 마음을 그대가 몰라야 하는 시간.
가끔 미치도록 그대를 향해 내 마음의 외침을 들려주고 싶을 때,
그때는 망상을 한다.
먼 훗날, 그대와 내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낼 그 훗날.
그대가 지금 내 마음을 알고 나서,
왜 진작 내 마음을 알지 못 했나... 하는 미안함으로 나를 다정스레 바라볼 그 날을 꿈꾸는 그런 망상.
그런 망상으로 버티고 또 버틴다.
어쩌면, 그 망상만이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흐르는 시간에 그대 모습이 흐려지는 것,
아니면 그대를 잊는 것.
어느 것이 더 슬플까?
그대를 잊으려면 스스로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그 마음의 방향을 바꿔야 하고,
그대를 잊게 되는 건, 그 시간에 그대의 모습을 떠올리지 말아야 하는 것인데...
둘 다... 결국은 조금씩 마음의 조각을 떼어내야만 하는 거네.
그냥 흐르면 흐르는 대로, 고이면 고이는 대로 그렇게 놔두자니,
흘러가지 못하게 막고 또 막아서, 계속 고여 있기만 할 테니.
하지만, 그냥 고여 있으면 좋겠네.
훗날 그 모양이 어떻게 남더라도.
비가 매우 많이 온다.
올해 전반기에 오지 않았던 비가 여름이 지나기 전에
마치 여름까지 할당된 몫을 채워야 하는 것 마냥 비가 많이 온다.
문득, 그 사람에게 묻고 싶다.
-비 피해는 없는지
-출퇴근하는데 어려운 일은 없는지
예전에 광화문에서 만나던 날 물난리를 한 번 겪은 기억도 떠오른다.
하지만, 물어볼 수 없다
우린 특별한 사이가 아니기에.
특별한 일이 있어야 연락을 시도해볼 수나 있겠지.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이 계획을 꾸준히 유지하면,
올해 한 번쯤은 더 연락할 수 있긴 하겠지.
그 연락을 받아줄 것인지, 아닌지는 그 사람 선택이지만...
그리고 어쩌면 운 좋으면 내년에 한 번 더 목표치에 도달하고 또 연락을 시도할 수 있겠지.
그리고는 우리의 연락은 그걸로 끝일 거야.
그 이상의 목표라는 건 불가능하니까.
특별한 사이가 아니니,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할 수 있는 거니까.
우리가 특별한 사이, 특별한 관계냐는 그 사람의 말이 족쇄가 되어버렸다.
특별한 족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