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나에게 '나를 이용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라고 하셨네요.

 

그대와 이야기를 끝내고 생각하니, 저 역시 미안해요.

아니, 아니지. 저야말로 미안해요.

 

그대와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어느 틈에 이런 생각을 하는 날 발견했네요.

'이 기회에 그대의 마음 한쪽에 내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래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어요.

기회...라고.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해버렸어요.

그대의 아픔을 기회라고, 그대가 이렇게 슬픈데 그걸 기회라고 생각해버렸어요.

 

정말 정말 미안해요.

너무나도 미안해요.

 

그대는 그대가 못된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야말로 못된 사람이었어요.

그대의 아픔을, 그대의 슬픔마저 이용하는 나였어요.

 

그게 다 그대를 사랑해서, 이렇게라도 표현하려 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핑계를 대지만, 정말 미안해요.

 

어쩌자고 자꾸만 그대에게 죄를 짓는 걸까요?

그 모든 죄를 갚을 날이 오긴 올까요?

 

미안해요, 내 사랑.

사랑해요, 그대.

나 그대를 만나고 싶다.
그대의 얼굴을 마주 보고 싶다.

 

그대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비록 내가 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의 마음을 달래줄 음악을.

 

그대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대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는 그런 이야기를.

 

그대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다.
예전부터 해주고 싶었던, 그대가 좋아한다는 재료를 넣어서.

 

나 그대를 안아주고 싶다.
그대의 무거운 어깨를 토닥이며 그 압박감이라는 짐을 털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대에게 말해주고 싶다.
힘들 때면 내게 기대고, 가끔은 투정을 부려달라고.
늘 곁에서 그대와 숨 쉴 거라고.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 살아달라고.

지금 가장 안타까운 건,

그대와 내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가까이 있으면 그대를 위로한다는 핑계로 자주 만날 수도 있으련만.

그대가 그렇게 힘든데,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네요.

 

그대가 힘든데, 외로워하는데, 아파하는데...

그래서 나, 그대 어깨를 살며시 감싸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네요.

그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세월이 흐르면서 닮아가네요.

비슷한 아픔까지도, 그대와 나 닮아가네요.

왜 이런 것까지 닮아가는 것인지.

 

당분간 그대 다른 생각 말고 쉬어요.

나중에, 더 먼... 정말 먼 훗날에 가슴 한 켠이 비었음을 느낄 때

그때 날 불러줘요.

그때까지 그대, 푹 쉬어요.

주변에서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는 말이 들려온다.

내가 직접 아는 사람,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 나도 아는 친구의 친구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아마, 갈수록 저런 소식에 더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익숙해지면 안 되는 그런 일에 익숙해지겠지.

사랑하는 사람, 아니 사랑하는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참 슬픈데도,

그 슬픔에도 무덤덤해지겠지.

 

연로하시거나 심각하게 아픈 가족이 있는 사람, 힘들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들에게 늘 말한다.

미리 준비해두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할 짓은 하지 말라고.

아무리 본인이 잘하고 있어도, 후회하게 되니까.

 

그런데, 내가 하는 준비라는 말의 의미가 그들이 받아들이는 그 의미가 아닌가 보다.

무슨 상조를 가입하라는 게, 세상 뜬 후에 어떻게 울지 연습하라는 게 아니잖아.

어차피 그건, 닥쳐서 해도 다 해결돼.

그런 말을 뭐하러 하겠어?

 

하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어도 그렇게 말하면 욕먹는다. 별로 좋지 않은 반응이 돌아온다.

마치 '내 사람이 죽길 바라는 거냐'라는 것처럼.

 

그럴 리가 있을까?

애초에, 내가 그들과 친하지 않으면 그딴 말도 안 한다.

나도 그냥 별 상관없는 사람처럼 의미 없이 좋은 말 하면 그만이다.

'다 잘 될 거야', '그런 생각하지 마', '에이, 설마'

이쪽이 나도 편하다.

그냥 톡 내던지고 끝내도 상관없으니까.

 

그런데, 그게 좋아?

그렇게 그냥 당장 듣고 싶은 말 들으면 좋은 거야?

 

당신이 듣기 싫은 그 말을 내가 직접 겪어봤으니까 하는 말이야.

적어도...

당신들은 나처럼, 평생을 걸쳐서도 사라지지 않을 그런 후회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라고.

뭘 어떻게 해도 후회한다니까?

그러니까 더욱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고.

 

그냥 살아계실 적에, 아직 몸 편할 때...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이야기하라고.

그리고, 내일 당장 세상을 뜰 거라 생각하며 말하라고.

제발...

 

나처럼 정말로 세상 뜨기 전날 마음에 비수를 꽂지 말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그 말이,

지금 당신들이 걱정하는 그분들이 세상에서 듣는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하라고.

그래도 실수하게 된다. 그런 준비하라는 거야.

실수하지 않을 준비를.

 

하지만 저렇게 말해봐야 나만 감정도 없는 인간, 잔인한 인간 취급당하는 아니까

나도 이젠 이렇게 말한다.

'잘 될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후회하는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말했던 의미를 그때 알게 될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걸 기억해봐야 어차피 돌아오는 건 본인의 후회가 아니라,

오히려 날 더 원망하는 마음뿐일 테니까.

마치, 내 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 양 생각하는 게 사람이니까.

그래야 본인 잘못이 없게 되니까.

 

난 단지, 당신들이 내가 아끼는 사람의 테두리에 들어왔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한 후회하지 않도록...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그 후회를 하지 않도록

 

하긴, 어쩌면 그냥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진정 어린 충고를 해봐야 안 좋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어차피 난 그런 경험을 하고도,

내가 진심으로 아끼던 그 사람에게 또 실수를 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나 역시도 못 지켰던 말을 남에게 충고한다는 것도 웃기네.

 

그래도 결국은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든 것처럼,

내 사람들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준비해.

나중에 후회 않으려면, 지금 잘하면 되는 거야.

아니, 뭔가를 더 할 것까진 없고 그냥 실수만 안 하면 돼.

어차피 그대들은, 그대들이 사랑하는 그분들께 이미 자랑스러운 존재니까.

본인의 마음을 후벼 파는 짓만 하지 않길 바랄게.

 

나 같은 멍청이는 나 하나로도 족하잖아.

 

이제 올 한 해도 다 저물어가네요.

올해 원하던 소원이 며칠 사이에 이뤄지지 않을 테니,

내년으로 미뤄야겠지요.

내년에는 이뤄질 거라는 헛된, 그리고 행복한 소원을.

바로 당신이 먼저 나에게 연락을 하는 그 순간.

 

그리고, 스스로 또 다짐을 해야겠지요.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이,

이렇게...

이렇게 기다리며 쌓여가는 시간 앞에서도 식지 않으리라고.

 

세상이 난리네, 난리야.

 

그대와 못 만난 게 벌써 2년쯤 되어가는데,

이번 설에는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는 그 때문에 힘들겠지.

보고 싶었는데, 정말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래서 너무나 아쉽네.

 

한편으로는, 만나자 했는데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는데,

그 덕분에 아예 만나자는 얘기를 못 할 상황이 되어버렸어.

연락을 못 하는 게 아니야, 안 하는 것일 뿐이지.

그래서 참으로 다행이네.

 

그 때문에 아쉽고, 그 덕분에 다행인...

거절당할지도 몰라 연락을 안 하는 게 아니야.

상황이 이러니 연락을 안 하는 거야.

그런 핑계를 대고 있는 요즘.

 

퍽이나 다행이다.

"당신 보고 싶어"
-응, 갑자기 왜?
"그냥"
-그냥?

"응"
-고마워


그 언제가 될까?
당신이 어느 날 문득 나에게 '보고 싶다'라고 말해줄 그 날이.

지금 내가 후회하는 건 단 한 가지야.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왜 그랬을까?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금 눈 앞의 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말라고,
그 사람이 아니라 결국 상처를 입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게 될 나라고 외치고 또 외치겠지.

 

나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돌아온 만큼,
앞으로 당신의 시간을 아끼도록 할 거야.

 

그 시간 보상해줘야지.
나 때문인 걸, 시작이 늦어진 자체가.
나 때문에 당신까지 먼 길을 돌아온 셈이잖아.

 

후회라는 건 아무리 빨라도 부질없다고는 하지만,
후회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아.

사랑은 불확실한 것. 하지만, 그리움은 선명하다.
사랑이란 상황과 조건-그래, 그 망할 조건-과 감정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그리움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 변할 이유가 없겠지.


난 아직 당신을 그리워해요.
아나요, 당신. 그 의미를?
내가 당신을 그리워한다는 것.
언제든 당신은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대가 돌아올 곳.

그대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

내가 그곳이에요.

언제든, 어느 때 어느 순간이라도.
그대가 마음먹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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