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는 말이 들려온다.
내가 직접 아는 사람,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 나도 아는 친구의 친구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아마, 갈수록 저런 소식에 더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익숙해지면 안 되는 그런 일에 익숙해지겠지.
사랑하는 사람, 아니 사랑하는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참 슬픈데도,
그 슬픔에도 무덤덤해지겠지.
연로하시거나 심각하게 아픈 가족이 있는 사람, 힘들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들에게 늘 말한다.
미리 준비해두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할 짓은 하지 말라고.
아무리 본인이 잘하고 있어도, 후회하게 되니까.
그런데, 내가 하는 준비라는 말의 의미가 그들이 받아들이는 그 의미가 아닌가 보다.
무슨 상조를 가입하라는 게, 세상 뜬 후에 어떻게 울지 연습하라는 게 아니잖아.
어차피 그건, 닥쳐서 해도 다 해결돼.
그런 말을 뭐하러 하겠어?
하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어도 그렇게 말하면 욕먹는다. 별로 좋지 않은 반응이 돌아온다.
마치 '내 사람이 죽길 바라는 거냐'라는 것처럼.
그럴 리가 있을까?
애초에, 내가 그들과 친하지 않으면 그딴 말도 안 한다.
나도 그냥 별 상관없는 사람처럼 의미 없이 좋은 말 하면 그만이다.
'다 잘 될 거야', '그런 생각하지 마', '에이, 설마'
이쪽이 나도 편하다.
그냥 톡 내던지고 끝내도 상관없으니까.
그런데, 그게 좋아?
그렇게 그냥 당장 듣고 싶은 말 들으면 좋은 거야?
당신이 듣기 싫은 그 말을 내가 직접 겪어봤으니까 하는 말이야.
적어도...
당신들은 나처럼, 평생을 걸쳐서도 사라지지 않을 그런 후회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라고.
뭘 어떻게 해도 후회한다니까?
그러니까 더욱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고.
그냥 살아계실 적에, 아직 몸 편할 때...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이야기하라고.
그리고, 내일 당장 세상을 뜰 거라 생각하며 말하라고.
제발...
나처럼 정말로 세상 뜨기 전날 마음에 비수를 꽂지 말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그 말이,
지금 당신들이 걱정하는 그분들이 세상에서 듣는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하라고.
그래도 실수하게 된다. 그런 준비하라는 거야.
실수하지 않을 준비를.
하지만 저렇게 말해봐야 나만 감정도 없는 인간, 잔인한 인간 취급당하는 아니까
나도 이젠 이렇게 말한다.
'잘 될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후회하는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말했던 의미를 그때 알게 될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걸 기억해봐야 어차피 돌아오는 건 본인의 후회가 아니라,
오히려 날 더 원망하는 마음뿐일 테니까.
마치, 내 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 양 생각하는 게 사람이니까.
그래야 본인 잘못이 없게 되니까.
난 단지, 당신들이 내가 아끼는 사람의 테두리에 들어왔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한 후회하지 않도록...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그 후회를 하지 않도록
하긴, 어쩌면 그냥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진정 어린 충고를 해봐야 안 좋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어차피 난 그런 경험을 하고도,
내가 진심으로 아끼던 그 사람에게 또 실수를 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나 역시도 못 지켰던 말을 남에게 충고한다는 것도 웃기네.
그래도 결국은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든 것처럼,
내 사람들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준비해.
나중에 후회 않으려면, 지금 잘하면 되는 거야.
아니, 뭔가를 더 할 것까진 없고 그냥 실수만 안 하면 돼.
어차피 그대들은, 그대들이 사랑하는 그분들께 이미 자랑스러운 존재니까.
본인의 마음을 후벼 파는 짓만 하지 않길 바랄게.
나 같은 멍청이는 나 하나로도 족하잖아.